건설·주택·인테리어

교도소 호텔

에스스C 2008. 1. 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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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건물을 개조한 미국 보스턴의 리버티 호텔. 화려하게 변신한 호텔(下)에 교도소였을 당시 쇠창살 복도의 모습(上)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AP통신
11월 9일
호텔종업원들이 죄수복을 입고 투숙객을 모시는 아이디어

 

 



보스턴의 ‘흉물’로 여겨져 왔던 ‘Charles Street Prison’가 5년 간에 걸친 리노베이션 끝에 5성급 고급 호텔로 바뀌어 세간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호텔의 이름은 역설적이지만 ‘Liberty(자유) 호텔’이다. 298개의 객실들은 과거 감방으로 쓰이던 것으로, 창문엔 쇠창살이 그대로 박혀 있다. 죄수들이 인도되던 곳은 이탈리아어로 ‘도주’를 뜻하는 ‘scampo'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 호텔에 있는 또다른 식당의 이름은 ‘clink(감옥)’, 술집 이름은 ‘알리바이’다. 종업원들은 죄수복을 입고 손님을 맞는다. 범죄 냄새가 솔솔 풍기는 이 레스토랑에서 직원들은 가슴에 죄수 수인번호표를 달고 근무한다.
 
1851년 건축 당시만 해도 27m 높이의 중앙 감시탑과 4개의 수감동을 갖춘 이 건물은 ‘감옥 건축의 모델’로 불렸었다. 당시로서는 감방의 채광에도 신경을 써 수감자 인권을 배려한 감옥으로 꼽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설이 낡고 수감자가 만원을 이루면서 환경이 열악해졌다. 이 때문에 종종 폭동이 일어나자 연방법원은 1973년 교도소 사용중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실제 주인공인 천재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 50년대 현금수송 차량을 습격해 200만 달러를 턴 떼강도 11명, 60년대 보스턴에서 10명 이상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알버트 드살보 등이 이곳에서 복역했다. 1990년 새 수감시설이 만들어지면서 교도소는 문을 닫았지만,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는 판단 때문에 건물을 부수는 대신 재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이 건물을 호텔로 바꾸는 데에는 총 1억5000만달러의 비용이 들어갔고 5년이나 기간이 걸렸다.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교도소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는 배제하였고 객실 수를 늘리기 위해 16층짜리 새 건물을 지었지만, 원래 건물에는 옛 감방의 모습을 고스란히 살린 객실 18개도 만들었다. '고객을 사로잡겠다(Be captivated)'는 모토를 내건 호텔의 서비스 역시 교도소 생활을 엿보게끔 구성했다. 객실에서 방해받지 않고 싶다면 '독방(Solitary)'이라고 쓰여진 팻말을 내걸면 된다. 교도소를 기본 컨셉트로 꾸며졌지만 럭셔리 호텔을 지향하고 있으며, 최고급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하룻밤 숙박료는 5500달러(약 500만원)에 이른다. 지난 9월 문을 연 뒤 이 호텔에는 믹 재거, 아네트 베닝, 메그 라이언, 에바 멘데스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잇달아 다녀갔다. 과거 이곳에서 복역했던 갱들과 인권운동가들의 방문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1967년 한 달쯤 수감되었던 빌 베어드는 지난달 자신의 복역 40주년을 기념해 이 호텔에 묵었다. 그는 "끔찍했던 교도소가 아름답고 화려한 호텔로 변한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놀라워했다.

찰스강 연안 비컨힐에 위치한 이 건물은 156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현재 담장을 맞대고 있는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보스턴에는 이밖에 예전의 경찰본부 건물을 고쳐 만든 ‘Juris(배심원단)’라는 호텔도 있다.  이 호텔 레스토랑의 이름은 '커프(cuff:수갑)'다.

한편 오래된 교도소 건물의 변신은 미국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필라델피아의 이스턴 주립 교도소와 뉴욕의 싱싱교도소는 박물관으로 개조됐다. 또 일리노이주의 게일스버그에 있는 교도소 건물은 녹스 칼리지의 국제학센터로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