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 시인의 가슴에 기억이 내린다 **

에스스C 2009. 3. 9. 17:50

    시인의 가슴에 기억이 내린다./ 賢 松 장현수
    
    나는 수취인 없는
    편지를 쓴다
    오늘 하루 행복했느냐고
    언제나 대답은 없지만
    어쩌면 내 삶의 마지막 날까지
    하루가 끝나는 까만 창가에
    궁상스런 모습으로 다 타버린 담배꽁초를
    노랗게 변한 손끝에 들고
    자판에 놓인 모음 자음을 타닥타닥
    두드리고 있다
    결국은 내가 쓰고 내가 볼 것을
    한숨짓고 눈물 흘리며
    한 문장도 이어지지 않은 말을
    자판 위에 내려놓고
    하얗게 타버려 영혼마저 사라진 
    남은 담배를 찌그러진 재떨이
    비벼 끄면서
    먼 훗날에 단 한 줄의 글이라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기를
    잊혀진 기억이라도
    끄집어 내려 안간힘을 쓴다
    오늘도 결국은 마치지 못한 
    낱말을 토해놓은 이름없는 시인은
    내일은 조금 더 멋진 말
    아름다운 단 한 줄을 쓰리라 
    다짐하면서 
    자판 위 순서 없이 떨어진 재를 후 후 입으로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