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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선상의 아리아

에스스C 2007. 5. 4. 20:36
 

G 선상의 아리아


장영주 

옛 노트에서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Twin Hibiscus by Ransford Pyle Sony Mavica CD500

사과꽃 길에서 나는 우네   고재종
사과꽃 환한 길을 
찰랑찰랑 너 걸어간 뒤에 
길이란 길은 모두 
그곳으로 열며 지나간 뒤에
그 향기 스친 가지마다 
주렁주렁 거리는 네 얼굴 
이윽고 볼따구니 볼따구니 
하도나 빨개지어선 
내 발목 삔 오랜 그리움은 
청천(靑天)의 시간까지를 밝히리 
길이란 길은 모두 
바람이 붐비며 설렌다네 



Red Red REd by Ransford Pyle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정호승 
사람들은 사랑을 모른다 
자기 마음대로 사랑하고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너는 어찌되었던지 
나만 사랑하고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너는 무엇을 원하는지 
너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원하는 것만 
내 마음대로 네가 되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다가 죽어야 하는데 
너를 사랑하기 위해 
내가 죽어야하는 것이 
사랑인 것을 알지 못한다 
나를 살리는 것은 
사랑이 아닌 것을 알지 못한다 
너를 살리는 것이 사랑인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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