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를 보면 집을 짓고 싶어진다/김한규 ** 너를 보면 집을 짓고 싶어진다 무임승차한 한 무리의 구름이 역무원이 보이지 않는 간이역을 벗어나 우리의 집 주소를 읽을 때 저녁상을 물리고 구름의 찻잔도 준비하리라 뒷뜰엔 너의 생일에 맞춰 감나무 하나 심어 아직 말이 되지 못한 투명한 낱말 몇 익어가고 앞마당엔 자작나무와 은사시나무 사.. 좋은글 2009.07.02
** 바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 바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조용미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 나의 내면이 고요할 때 바람은 어디에 있었나 생나무 가지가 허옇게 부러진다 버즘나무 널따란 잎사귀들이 마구 떨어져 날린다 개태사 앞 향나무는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 마당에 기왓장이 나뒹군다 바람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키.. 좋은글 2009.02.17
** 가슴에 사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 가슴에 사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 양애희 젖은 별빛이 사락거리는 밤 바람향처럼 밀려와 초승달처럼 그려지는, 유난히, 보고픈 나 만의 사람이 있습니다. 치자향 달빛이 은근히 밝아 애달픈 가슴을 후비는 한 통의 달디단 전화를 기다리는 그런, 나 만의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속 한 올을 꺼내 .. 좋은글 2009.02.17
** 차 한잔 마시며 ** 차 한잔 마시며 / 안희선 친구여 차 한잔 마시지 않으려나 지나간 시간들의 숨결은 고르게 다가와 있고 나 또한 너를 그리며 차 한잔 마시는데 창가에 불어오는 풋풋한 바람은 상큼한 손길로 지친 시야(視野) 어루만지고 잠시 먼 곳 바라보게 한다 아무리 갈 길이 바쁜 삶이라지만 잃어버린 얼굴도 떠 .. 좋은글 2009.02.06
** 그대는 혼자가 아닙니다 ** 그대는 혼자가 아닙니다. 사랑하는이여 아파하지 말아요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속고 속는일 어디 한 두번 이겠습니까? 잃은것 있으면 반드시 얻어지는 것도 있더이다 그 허무의 늪에서 한조각 지혜를 얻었다면 삶의 의미를 새롭게 하십시요 사랑 하는 이여 눈물 흘리지 말아요 미워해야 할 것들 .. 좋은글 2008.12.19
** 손 ** 손1 - 혜유 - 살다가 묻힌 더러움을 서로서로 씻어주고 사는 일 힘에 겹기 전 언제나 거들어주며 산다 부대낀 마음 달래 줄 때도 가지런히 가슴을 싸안아 주고 삶이 서툴러 저지른 잘못을 빌 때도 둘이 합심하여 더 간절하고 사랑하는 이를 보듬어 줄 때도 두 손으로 안아 주어 더 크다 깊은 시름으로 어.. 좋은글 2008.11.28
** 당신이 좋아집니다 ** 당신이 좋아집니다/채유진 친구처럼 다가온 사람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언제나 날 이해해 줄 것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 그런 당신이 좋아집니다. 단둘이 커피를 마실 때 맑은 미소를 보내주는 사람 한적한 공원에 함께 있을 때 날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 이유없이 내가 웃고 있어도 말없이 .. 좋은글 2008.11.03
** 사랑이면 ** 폭설이 길을 삼켜버리듯이 해무가 섬을 감춰버리듯이 폭풍이 나뭇가지 흔들듯이 파도가 바위를 깎아내듯이 많이 힘들고 아플 텐데 그렇게 사랑해도 괜찮겠니 제 몸 꺾이는 거 알면서도 바람을 기다리는 나무처럼 제 몸 깎이는 거 알면서도 파도를 기다리는 바위처럼 사랑이면 견디어 볼게요 아파도 .. 좋은글 2008.09.23
** 저문 길 ** 삶이 언제 쉽게 길을 내주었던가? 잡힐 듯한 길 한 모퉁이 돌아서면 또 아득한 길 후미진 골마다 생의 더께는 낙엽으로 쌓이고 말아 쥔 담배 연기는 긴 한숨으로 흩어지고... 주름잡힌 얼굴 굵어진 손마디에 아스라이 지나온 길을 더듬다가 저물녘 산허리를 휘감아 올리는 어슴푸레한 어둠 그 어둠의 .. 좋은글 2008.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