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조만간 살 수 있는 네 이력으로 남은 자의 목에 올무를 씌우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남은 자를 묶는 멍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네가 계단에 앉아 읊던 릴케와 밥딜런의 음유도 네 소화기관에서 배설된 유희와 정치적인 작품도 네 유년 시절부터 가꿔 온 바람 잘 타는 나무와 그 바람에 실려온 이상한 환청에 대답할 수 있는 너의 서정抒情도 폐병에 걸려 1년을 우울하게 보낸 경험도 여기 너는 나무 그늘 사이로 지나는 바람 타고 다른 이의 환청이 되거나 그 나무 밑거름 속 꼴싹꼴싹한 고자리의 또 다른 양분養分되여 없어져야 한다. 너는 다만 썩지 않는 고상한 것을 남겨야 하느니 매 운명 앞에 노인의 고깃배처럼 싸워 보존한 너의 생존을 네 신앙의 고독한 영성에 담아 남은 자에게 유업遺業으로 주라. 필경 어느 연대기에 그가 너 있던 자리에서 세상을 이길 수 있으리라. |
- 글/나서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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