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 내 아들의 혁명 **

에스스C 2010. 9. 2. 10:53




 




죽고 조만간 살 수 있는 네 이력으로
남은 자의 목에 올무를 씌우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남은 자를 묶는 멍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네가 계단에 앉아 읊던 릴케와 밥딜런의 음유도
네 소화기관에서 배설된 유희와 정치적인 작품도
네 유년 시절부터 가꿔 온 바람 잘 타는 나무와
그 바람에 실려온 이상한 환청에 대답할 수 있는
너의 서정抒情도 폐병에 걸려 1년을 우울하게 보낸 경험도

여기 너는 나무 그늘 사이로 지나는 바람 타고
다른 이의 환청이 되거나
그 나무 밑거름 속 꼴싹꼴싹한 고자리의
또 다른 양분養分되여 없어져야 한다.

너는 다만 썩지 않는 고상한 것을 남겨야 하느니
매 운명 앞에  노인의 고깃배처럼 싸워 보존한
너의 생존을 네 신앙의 고독한 영성에 담아
남은 자에게 유업遺業으로 주라.

필경 어느 연대기에 그가 너 있던 자리에서
세상을 이길 수 있으리라.



- 글/나서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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