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사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 양애희
젖은 별빛이 사락거리는 밤
바람향처럼 밀려와
초승달처럼 그려지는,
유난히, 보고픈 나 만의 사람이 있습니다.
치자향 달빛이 은근히 밝아
애달픈 가슴을 후비는
한 통의 달디단 전화를 기다리는
그런, 나 만의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속 한 올을 꺼내
하나씩 그대에게 가는 길을 만들면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소리깊은 길
그 위에 뜨겁게 살아나는 그리움인
그런, 나 만의 혼불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은사시나무 잎사귀 사이로
덜렁, 그대에게로 가고야 말
부시시부시시, 찬연한 빛깔로 눈부시는
그대 맑은 눈동자에서 죽어도 좋을,
사랑이라는 가슴밭에 피어난
그런, 나 만의 꽃별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사방으로 가득히 번지는 그리움
그 문 틈새에 꼭 끼여
그리움의 빗장을 걸어놓은
시선이 머문 자리마다 가슴속 별이 되는
쓰다만 연서들이 바람에 밤새 펄럭이는
그런, 나 만의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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