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망설임 끝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너와 나 사이를 흘러갔을까.
오랜 망설임 끝에
나는 네가 내민 손을 잡는다.
얼마나 놀랐던가,
나는 처음으로
손이 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득한 기억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보물.
내가 말을 배우기 전에
알아들었던 그 말.
네 손이 지금
이렇게 말하는 걸 듣는다.
오래 닫혔던 문을 참 쉽게 여는군요.
나는 네 손을
내 귀에 갖다 댄다.
참 질긴 길 하나가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 김선굉, ‘오랜 망설임 끝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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